서울 역사 잘 아세요? 유적 산책길 4選
1.망원정~절두산순교박물관… 2호선 합정역서 10여분, 효령대군 정자 볼 수 있어
2.세종대왕기념관~홍릉수목원… 청량리역 인근 1.7㎞ 코스, 영친왕 아들 묘소도 포함
3.서대문독립공원~인왕산길… 독립문서 역사 돌아보고 서울 성곽길서 체력 보강
4.정동길 환구단~경희궁… 근대화·독립 기원했던 구한말의 흔적 남아있어
설 연휴를 앞두고 위세를 떨치던 동장군(冬將軍)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늘에는 올겨울 내린 눈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설 연휴 바깥나들이를 하는데 방해가 되진 않을 것 같다.올해는 구제역 등의 여파로 고향 방문 대신 가족과 함께 서울에 남아있는 시민들도 많다. 거창한 외출 계획이 없다면 이번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서울의 유서 깊은 장소를 걸어서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걸어라,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걷기는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건강도 챙기고 서울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도 엿볼 수 있는 도보 코스를 서울시가 추천했다.
한반도 중심을 흐르는 한강은 예부터 우리 민족의 문화 터전으로 자리 잡아 곳곳에 역사가 살아숨쉰다. 특히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근처에 있는 망원정을 시작으로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 절두산순교박물관 등을 잇는 2.5㎞ 구간은 가족과 함께 걸으며 서울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안성맞춤 코스다.
6호선 합정역 8번 출구로 나와 10여분 걸으면 솟을대문과 정자가 나타난다. 이 정자가 바로 '망원정(望遠亭)'으로, 세종대왕의 둘째 형인 효령대군이 자주 찾았던 곳이다. 가뭄에 농사를 걱정하던 세종이 단비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붙여진 '희우정(喜雨亭)'이라는 편액(扁額·문 위에 걸어놓는 액자)도 붙어 있다.
망원정에서 양화대교를 따라 한강 산책로로 내려온 뒤 10분 정도 더 걸으면 절두산 순교박물관이 나온다. 1866년 대원군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천주교인들이 목이 잘려 순교한 이후 절두산(切頭山)으로 불린다. 박물관 맞은 편에는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이 조성돼 있다.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베델 등이 잠들어 있다.
◆세종대왕기념관과 홍릉 수목원 코스: 청량리역 인근서 세종대왕을 만난다
청량리역 근처 길을 걷다 보면 백성을 아끼던 세종대왕의 모습이 아련히 느껴진다. 고종의 후궁 순헌귀비 엄씨의 묘소인 영휘원(永徽園)을 시작으로 영친왕의 아들 이진의 묘소인 숭인원을 지나 세종대왕기념관과 홍릉수목원을 둘러보는 1.7㎞ 코스다.
- ▲ 청량리역 근처 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세종대왕기념관. 하얀 눈이 기와지붕에 쌓여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영휘원 영내를 빠져나오면 세종대왕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에는 세종대왕 재위 32년의 업적을 담은 그림을 비롯, 보물급인 한글창제 관련 문헌 100여종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을 나와 삼거리를 건너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목원인 홍릉 수목원이 나온다. 1922년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홍릉 지역에 임업시험장이 조성되면서 개원했다.
◆서대문 독립공원과 인왕산길 코스: 서울성곽길로 역사기행에 나선다
도심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고 역사공부까지 하려면 서울성곽길이 좋다. 독립문과 서대문독립공원을 시작으로 인왕산국사당, 선바위를 지나 서울성곽과 안평대군집터, 석파정을 거쳐 창의문에 이르는 3.5㎞ 코스다.
1896년 독립협회가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건립한 독립문이 있는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출발하면 된다. 이곳에서 인왕산 기슭으로 향하면 무속 신을 모신 당 집인 인왕산 국사당이 나온다. 당초 남산 꼭대기에 있던 것을 일본이 조선 신궁을 지으며 해체하고 지금 위치에 복원했다.
서울성곽을 따라 인왕산 정상(치마바위)을 넘어 내려오면 안평대군의 집터가 있고, 흥선대원군 별장이던 석파정을 지나면 북문이나 자하문으로 불리는 창의문으로 이어진다.
◆환구단과 경희궁 코스: 정동길에서 만나는 구한말 역사
정동길은 근대문화유산의 집결지다. 환구단을 시작으로 정동제일교회를 거쳐 경운궁(덕수궁), 구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이어지는 1.2㎞의 도보 길에는 구한말 흔적이 남아있다.
환구단은 고종이 1897년 현재 소공동 조선호텔 자리에 건립해 대한제국의 독립을 대내외에 알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이다. 하지만 일제가 환구단을 철거한 후 조선호텔이 들어서며 황궁우와 석고, 삼문 등을 제외한 시설이 훼손됐다.
정동길 초입에 있는 고딕양식의 붉은 교회당 건물은 개신교 선교사인 아펜젤러가 1897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정동제일교회 예배당이다. 교회 맞은편 정동극장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종의 도서관으로 건축된 경운궁 중명전이 보인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장소이자 고종이 헤이그 특사를 파견하며 고심하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정동길 중간에는 고종과 왕세자가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俄館播遷) 현장인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고, 정동길이 끝나는 지점 맞은 편에는 광해군 시절 완공된 경희궁이 자리하고 있다.